가족이니까 더 사랑해야지
엄마 비둘기
커튼을 젖히고 창문을 열다가 나는 깜짝 놀랐다. 비둘기 한 마리가 등나무 이파리 속에 몸을 숨기고 가만히 앉아 있었던 것이다. ‘왜 저러고 있지? 몸이 아픈가?’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그 비둘기는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그때 “재혁아, 뭐하니? 학교 안 가니?”라는 엄마의 다그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의 목소리를 듣자 울컥 짜증이 났다. 마침내 엄마가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넌 좀 일찍 일어날 수 없니?” 엄마는 엉망진창으로 어질러진 방바닥을 보고 이맛살을 찡그리셨다. “그리고 이제 네 방은 네가 좀 치워야 하잖아. 만날 엄마가 어떻게 네 방을 치워주니?” “누가 치워 달랬어요? 그냥 두면 되는데 왜 화를 내고 그래요?” “뭐, 뭐라고? 도대체 넌 말을 해도 어쩜 그렇게 하니? 저런 녀석을 아들이라고.” 순간 엄마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듯했지만, 일부러 못 본 척했다.
사실 내 버릇이 유별난 것은 나도 인정하고 있다. 옷은 방바닥에 벗은 채로 두었고, 보던 책은 그대로 방바닥에 늘어놓았다. 또 버릴 쓰레기도 여기저기 떨어져 있다. 엄마는 뿌루퉁하게 부은 내 얼굴을 노려보더니, 다시 말씀하셨다. “오냐, 엄마가 네 방을 다시 치워 주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아침 식탁에서도 엄마의 잔소리는 이어졌다. ‘준비물은 잘 챙겼니’, ‘밥을 푹푹 먹어라’ 등등, 밥을 먹다 말고 나는 거칠게 벌떡 일어섰다. 엄마를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집을 나섰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와 보니 엄마는 아침에 말한 대로 내 방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흥, 난 지저분해도 괜찮아. 대신 엄마의 잔소리만 없으면 돼.’ 창문을 열었더니 아직도 비둘기는 꼼짝 않고 앉아 있다. 다른 한 마리의 비둘기가 어디선가 날아오더니, 무엇인가 물고 있던 것을 앉아 있는 비둘기의 입 속에 넣어 주었다. 아마 먹이인 것 같았다. ‘아무래도 저 비둘기가 다친 것이 틀림없어.’
이튿날 아침, 주룩주룩 비가 내리고 있었다. 무심코 창밖을 보다가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비둘기는 내리는 소나기를 그대로 맞으며 앉아 있는 게 아닌가! ‘쯧쯧, 아마 날개를 다친 모양이야.’ 학교에 갔다가 저녁때 집으로 돌아와 방문을 여니, 내 방이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쳇, 이렇게 치워 주면서 왜 잔소리를 늘어 놓으셨담?’ 나는 엄마가 다시 방을 치워 준 것에 대해 눈곱만큼도 고맙지 않았다. 밤새도록 비가 내리더니 다음날은 무척 맑았다. 얼른 창밖을 보니 그 비둘기는 까만 눈망울을 도록거리며 아직도 그대로 있다. 비둘기가 불쌍해서 가슴이 짠해졌다. 그런데 그 순간 비둘기가 날개를 푸드덕거리더니 하늘로 휙 날아올랐다. ‘어? 다 나았나 보네.’ 그런데 그날 저녁, 방으로 들어왔을 때 난 다시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 비둘기가 다시 똑같은 자세로 앉아 있었던 것이다. 그제야 나는 그 비둘기가 알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먹이를 물어다 주던 비둘기는 수놈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이 미치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졌다.
“재혁아, 얼른 씻고 밥 먹어라.” 엄마의 목소리가 아래층에서 들리자, 나는 다시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엄마의 잔소리는 끝도 없었다. 잔소리하는 엄마의 얼굴이 보기 싫어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방으로 올라왔다. 밤에는 바람이 몹시 불었다. 가느다란 등나무 가지가 이리저리 마구 움직여도 알을 품은 비둘기는 꼼짝도 않고 앉아 있었다. 그 후로도 그 비둘기는 쨍쨍 해가 나나, 바람이 심하게 부나, 비가 오나 꼼짝도 않고 그대로 웅크리고 있었다. 그렇게 꽤 여러 날이 흐른 어느 날 아침이었다. 파란 등나무 이파리 속에 서너 마리의 새끼 비둘기가 바르작거리고 있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후끈 더워졌다. 알 수 없는 감동이 내 가슴을 적시고 있었다. 나는 오랫동안 비둘기 새끼를 바라보다가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엄마는 부지런히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문득 엄마의 헝클어진 파마 머리가 내 눈 가득히 들어왔다. 설핏 눈에 띄는 하얀 머리카락도……. 나는 살그머니 다가가서 엄마의 등을 와락 끌어안았다. “아이구, 깜짝이야.” “헤헤헤…….” 겸연쩍게 내가 웃음을 터뜨리자 엄마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엄마의 눈가에 잔주름이 부쩍 늘어나 보였다.
아빠의 농담
온이는 새벽에 잠을 깼다. 아빠와 함께 놀러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아빠, 아빠. 그만 일어나세요.” 온이는 아빠를 흔들어 댔다. 아빠는 어젯밤 술을 드시고 늦게 들어오셨기 때문에 그때까지 정신없이 주무시는 중이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아빠는 부스스 몸을 일으키셨다. “온아, 전쟁이 나서 꼼짝도 못하겠으니 이를 어쩌지?” 또 아빠의 농담이 시작됐다는 것을 느끼자, 온이도 같이 장난을 쳤다. “걱정 마세요, 아빠. 지금 막 전쟁이 끝났으니까요.” “그렇지만 아빠가 이렇게 부상을 당해서 몸을 움직일 수가 없는걸.” 역시 아빠는 온이보다 한 수 위였다. “아빠. 그러지 말고 빨리 가요.” “그래, 그래. 아무리 심한 부상을 입었어도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서 기어서라도 가야지.”
온이는 준비물을 다시 한 번 점검했다. 아빠와 물놀이를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신이 났다. 그런데 엄마는 왜 안 가신다는 거지? “엄마, 엄마도 같이 가요.” “당신도 같이 가자구.” 아빠도 거드셨다. 그러나 엄마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내가 거길 뭐 하러 가요? 남 노는 데 온 식구가 다 가 봐요. 얼마나 궁상맞겠어요.” 그때서야 온이는 엄마가 왜 같이 가지 않으려는지 알 수 있었다. 오늘 온이가 아빠와 함께 놀러 가려는 곳은 아빠가 전에 다니던 잡지사에서 빌린 캠프장이었다. 그 캠프장에는 잡지사의 아저씨들과 누나들, 그리고 잡지를 보고 신청한 많은 중고등학교 누나들이 온다고 했다. 그 사람들이 있어도 상관없다고 온이는 생각했는데 엄마는 그게 싫은 모양이었다.
캠프장으로 가기 위해서 아빠와 온이는 좌석버스와 지하철, 택시를 차례로 갈아타야 했다. 온이는 아빠에게 여쭈어 보았다. “아빠, 아빠는 왜 차를 안 사요?” “엄마가 반대를 하시잖니. 그러니까 차를 사고 싶으면 엄마의 승낙을 받으란 말야.” 아빠는 늘 이런 식이었다. 진지하게 하는 얘기를 꼭 농담처럼 돌려서 말씀하시니 장난으로 맞장구를 치거나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온이는 신나게 놀았다. 그곳에 놀러 온 누나들이 온이를 무척 귀여워했다. 온이가 노는 동안 아빠는 잡지사 아저씨들과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온이는 살금살금 아빠 뒤쪽으로 다가갔다. 아빠를 놀라게 해 드리면서 아빠와 좀 놀아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빠는 잡지사 아저씨와 계속 얘기를 하고 계셨다. “잡지사 그만두고 혼자 원고 쓰니까 어때?” “마음은 편하지 뭐.” “정말 부럽다, 부러워. 그럼 자네도 차를 한 대 뽑지 그래. 남는 시간에 슬슬 놀러도 다니고…….” 아빠가 대답했다. “차를 살 형편이 되냐. 내 원고 쓸 시간이야 많지만 그것이 당장 돈이 되지 않으니까 생활이 말이 아니지. 이번 여름에도 애는 놀러 가자고 보채고, 갈 형편은 못 되고…… 그래서 여기 데려온 거야.” 아, 그랬구나. 그것도 모르고 나는 아빠를 졸라댔구나. 그렇지만 아빠는 짜증을 내지 않고 장난스런 농담으로 내 말을 받아넘기셨구나. 온이는 아빠에게 미안한 마음과 그동안 졸라댄 데 대한 후회의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집으로 가기 위해 캠프장을 나섰을 때는 주위가 꽤 어두워져 있었다. 아빠는 택시를 잡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가까스로 아빠가 택시를 잡고 그 택시에 올라탔을 때 온이는 불쑥 이렇게 말했다. “아빠, 차 사지 마세요. 아빠는 술을 많이 잡숫기 때문에 위험해서 안 돼요.” 온이는 아빠가 또 어떤 농담을 하실지 궁금했다. 그러나 아빠는 아무 말씀도 없이 차창 밖만 내다보고 계셨다. 차가 집에 닿을 때까지 아빠도 온이도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온이에게는 그때만큼 절실하게 아빠의 농담을 듣고 싶어 했던 순간이 없었다.
춤추는 허브
백두네 아빠는 산을 타는 전문 산악인이라, 1년에 반 이상은 집에 계시지 않습니다. 언젠가 백두는 아빠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아빠는 왜 산에 올라가?” “산에 올라가면 고통을 이겨내는 힘을 키울 수가 있고 자신감도 얻을 수 있거든. 산은 사람을 욕심 부리지 않게 해 주지.” 아빠는 어렸을 때 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습니다. 친구들이 학교에 갈 때 아빠는 산에 올라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아빠는 이번에는 네팔 히말라야의 에베레스트를 정복하겠다며 각오가 대단합니다. 백두는 아빠가 못마땅하면서도 걱정되었습니다. 아빠는 네팔로 떠나기 전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백두야, 아빠는 너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어. 산을 타다가 어려운 고비가 있을 때마다 우리 가족을 생각하면서 반드시 버틸 거야. 지칠 때마다 가족사진을 들여다보면 힘이 솟아나거든.”
그러나 한 달이 지나고 아빠가 에베레스트산에서 조난을 당해 실종됐다고 합니다. 엄마와 백두는 넋을 놓고 슬픔에 잠겼습니다. 아빠가 실종되고, 백두는 점점 말이 없어졌습니다. 친구들이 말을 붙여도 백두는 인상을 쓰고 화부터 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도 함께 다니지 않고 따돌렸습니다. 며칠 후, 아빠와 함께 등반했던 대장 아저씨가 백두를 찾아왔습니다. 백두는 대장 아저씨에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왜 아저씨만 돌아왔냐고요? 우리 아빠 찾아내요.” 아저씨는 백두에게 작은 화분을 하나 건네주었습니다. “아빠가 에베레스트 등반하기 전에 이런 말을 했었어. 백두가 키울 수 있는 작은 화분 하나 사주고 올 걸 그랬다고.” “이 화분을 아빠가 저한테 남긴 거라고요?” 화분에 담긴 허브는 시들시들한 것이었습니다. “아니, 아저씨가 키우던 거야. 에베레스트에 갔다 오고 나니까 이렇게 시들어 버렸어. 지금은 말라서 보기 흉하지만 백두가 잘 키우면 살아날 거 같아.”
아저씨는 백두를 살며시 안아 주었습니다. “백두야, 아빠를 잊지 않고 살아가야 해. 아빠는 지금까지 오르내린 산들이 백두가 살아가는 데 힘이 되기를 바라실 거야. 아저씨가 반드시 아빠의 시신을 찾아올 거야. 너도 그때까지 허브를 잘 키워 줘. 부탁이야.” 아저씨는 울먹이면서 떠는 듯했습니다. 백두 역시 아저씨의 품에서 눈물을 주르르 흘렸습니다. 허브는 백두의 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백두는 한동안 허브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속만 태웠습니다. 며칠이 지났습니다. 아빠가 차가운 얼음 안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었습니다. 백두는 아빠를 꺼내려고 얼음을 향해 온몸을 던졌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엉엉 울면서 꿈에서 깨어난 백두는 시들시들한 허브를 바라보았습니다. 바로 달려나가 물을 가져와 허브에 주고는, 곧바로 빛이 잘 들도록 창가로 화분을 옮겼습니다. 그날부터 백두는 허브를 정성껏 키웠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허브는 잎이 무성해졌습니다.
백두는 푸른 잎으로 바뀐 허브를 조금 더 큰 화분으로 옮겨 주었습니다. 그때부터 밤만 되면 백두는 아빠 생각에 매일 눈물을 흘리는데 허브는 잎을 팔랑거리며 춤을 추는 것입니다. 백두는 허브를 잡아 보려고 했지만 손에서 자꾸 빠져나갔습니다. 마치 아빠가 백두를 안아 주고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백두는 피곤해서 잠이 든 엄마를 깨워 봅니다. 엄마는 요즘 생계를 꾸려나가느라 많이 힘듭니다. “엄마, 이상해. 화분에서 허브가 춤을 춰.” “백두야, 꿈이라도 꾼 거니? 요즘 네가 몸이 안 좋은가 보구나. 아빠 생각나서 그렇지?” 백두 역시 꿈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백두는 허브를 보면서 점점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반 아이들도 달라진 백두와 예전처럼 지낼 수 있었습니다. 몇 달 후, 대장 아저씨께서 에베레스트에 아빠의 시신을 찾아 안치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아저씨는 엄마와 백두에게 아빠의 유품을 전해주러 왔습니다. “유품 중에 가족사진이 있었어. 아빠가 산에서 떨어지면서 사진을 손에 쥐고 있었나 봐. 끝까지 가족 생각을 했던 거 같아.” 아저씨는 가족사진을 아빠의 가슴에 꼭 품어 주었다고 합니다. 백두는 엄마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눈보라 치는 산 위에 누워 있는 아빠 곁에 가족사진이 있다니, 아빠가 언제나 가족과 함께 있다고 생각하니 안심이 되었습니다. 밤이 되어 백두는 잠이 들었습니다. 허브는 마치 아빠가 백두를 향해 손짓하는 것처럼 줄기를 뻗어 팔랑거리며 춤을 추었습니다. 백두는 허브에게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쓰레기왕이 준 선물
청소 시간이면 경민이는 쓰레기 속에 섞여 있는 연필, 지우개, 자를 줍느라 바쁩니다. “저 쓰레기왕, 구질구질하게 또 뭐 하냐?” 경민이를 보고 아이들이 비아냥거립니다. 경민이는 떨어진 연필, 지우개, 자가 눈에 띄면 얼른 주워 주인을 찾아줍니다. 고마워하는 아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도 있습니다. 경민이는 아이들이 대놓고 “누가 너한테 이거 주워 달라고 했어? 이건 내가 버린 거야”라며 비웃어도 속상해 하지 않고, 몽당연필, 귀퉁이가 헌 지우개가 보물이라도 되는 듯 헤헤거리며 책가방에 넣습니다. 원래도 인기가 없지만 그 버릇 때문에 아이들은 경민이를 더 싫어합니다.
어느 날입니다. 경민이가 다가오더니 내게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펴 보니 생일 초대장이었습니다. ‘오늘이 내 생일이야. 생일 선물은 받지 않아. 대신 선물을 줄게.’ 카드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드니 현종이, 승태, 정섭이도 카드를 들고 킥킥거리고 있었습니다. “너희들 경민이 생일잔치에 갈 거야?” “내가 걔 생일에 왜 가냐?” 승태는 기분이 나쁜 듯 말했습니다. 그러자 정섭이가 나섰습니다. “재미로 한 번 가는 건 어떠냐?” “그래 가 보자. 선물도 안 받는다고 하니까 손해 날 건 없잖아.” 공부를 마치고 우리는 경민이를 따라갔습니다. 쓰레기왕이 어떻게 사나, 우리의 관심은 오직 그것뿐이었습니다. 어느 집 앞에서 경민이가 멈춰 섰습니다. 우리는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집이었거든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 머리가 하얗게 세고 이가 다 빠진 할머니가 우리를 맞았습니다. “우리 경민이 생일이라고 친구들이 왔구나.”
생일인데도 생일상이 차려져 있는 것도 아니고 엄마가 부엌에서 음식 준비를 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야, 우리 초코파이로 케이크 만들자.” 경민이는 혼자서 초코파이 탑을 쌓고는 촛불을 켰습니다. 생일축하 노래도 경민이 혼자 불렀습니다. 경민이는 방으로 뛰어 들어가더니 선물이라며 상자를 가져왔습니다. “할머니가 못 쓰는 종이로 만든 거야. 우리 할머니 솜씨 좋지?” 우리들 중 누구도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상자를 열어 보고 난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상자 속에는 그동안 내가 버렸던 몽당연필, 찌그러진 지우개, 깨진 자가 깨끗이 손질되어 있었습니다. 현종이, 승태, 정섭이도 자기 이름이 붙은 연필, 지우개, 자를 보며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고, 고마워.” 약속이라도 한 듯 우리들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오랜만에 내가 쓰던 물건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였습니다. 그동안 지저분하게 군다고 경민이를 놀린 게 미안하고 부끄러웠습니다.
우리를 배웅하려고 대문 앞에 나와 있는 경민이에게 말했습니다. “할머니랑 같이 사니까 경민이 넌 좋겠다. 친할머니니?” “아냐, 사실은 오갈 데 없는 할머니를 우리 엄마 아빠가 모시고 온 거야. 고아원에서 자란 우리 엄마 아빠는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게 소원이었대. 얼마 있으면 외할머니도 생길 거야. 조금 더 아껴 쓰고 열심히 일하면 한 분 더 모실 수 있다고 엄마 아빠가 말했거든.” 경민이는 자랑하듯 해죽해죽 웃으며 말했습니다. 늘 바보 같던 쓰레기왕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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