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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D(교육)/1.경영도서요약

왜 어제처럼 사는가

by 손놈이 2019.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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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제처럼 사는가

박천웅 저

 

 

 

 

 

 

 

제1장 내가 바뀌면 모든 것이 바뀐다

 

프로테우스인가 카멜레온인가

잘 알다시피 카멜레온이라는 동물은 빛이나 온도, 혹은 자신의 감정병화에 따라 몸 색깔을 자유자재로 바꾼다. 카멜레온은 위기가 닥칠 때 적절하게 몸 색깔을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변해야산다는 것은 인간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생존의 법칙이다. 반면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테우스는 남다른 예언능력을 지닌 신이었는데, 남에게 예언을 이야기하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 그래서 누가 찾아와 예언을 해달라고 하면 갖가지 동물이나 심지어는 물과 불로 변신하여 이리저리 피해 다녔다.

 

프로테우스와 카멜레온은 확실한 차이점이 있다. 그냥 껍데기만 잠시 바꿨다가 시간이 지나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카멜레온과는 달리, 프로테우스는 속 알맹이까지 철저하게 변화시켰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아픔과 희생이 뒤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테우스는 나름대로의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었기에 기꺼이 그런 아픔을 감수하며 변화를 추구한 것이리라.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그저 남들이 그렇다고 하니까 변화해야 하나 보다 하는 식이 아니라, 왜 이 시점에서 이런 변화가 필요한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것이 변화의 출발점이다. 단순한 변신술만으로는 변화의 시대를 살아갈 수 없다. 올바른 방향과 목표가 정해지면 과감하게 자기 변화를 시도할 각오와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존 틀 속에서 바꾸느니 새로운 틀을 짜라

내가 삼성전자 첨단 기술센터 책임자로 있을 때의 일이다. IMF 한파가 닥치기 전에 이미 우리 센터에서는 경비 절감 차원에서 형광등 하나라도 덜 켜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당시 건물 로비에만 200여 개의 형광등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하나 걸러 하나씩 형광들을 꺼보았다. 조금 침침하긴 했지만 견딜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자신이 생긴 나는 세 개 걸러 두 개씩 형광등을 빼도록 했다. 그러자 직원들이 반대하기 시작했다. 그까짓 전기료 몇 푼 아끼려다 전체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이유였다.

 

고심 끝에 나는 안내 데스크만 남기고 로비의 모든 형광등을 다 꺼버렸다. 대신, 건물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화분들을 모두 끌어다가 로비 한가운데를 정원으로 꾸미고는 강렬한 조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주었다. 이렇게 하고 보니 형광등을 켜지 않아도 로비가 전혀 어둡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사내에 아담한 정원이 생겨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포인트가 되었다. 사소한 예에 불과하지만 때로는 기존의 틀 속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것보다 틀 자체를 바꾸는 것이 훨씬 더 쉽고도 효율적일 때가 종종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제2장 준비된 사람만이 기회를 잡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해낸 경험이 있는가

컴퓨터를 다루다 보면 호환성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가장 간단한 예로, 어떤 프로그램으로 작성한 문서를 다른 프로그램으로 읽어들이거나 편집할 수 있으면 호환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 자체는 뛰어난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도 호환성이 없어서 사장되어 버린 기술이나 제품을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제품이나 기술뿐만 아니라 사람도 호환성을 갖추어야 사장되지 않는다.

 

자기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가라는 소리를 듣던 사람들도 구조조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때마다 정리대상 1순위에 오르내리는 경우가 있다. 이들 중에는 대기업의 현장 실무 경력이 많은 사람들도 있는데, 이들은 잘 짜여진 조직 속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일을 수행해 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여러 가지가 있다. 나는 그 중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해본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업무가 1에서 10까지라는 여러 단계를 거쳐서 마무리된다고 할 때, 당장 자기에게 주어진 3∼5, 7∼9를 능숙하게 처리할 줄 아는 사람을 우리는 지금까지 전문가라고 불러 왔다. 그러나 진짜 전문가는 1에서 10까지를 모두 해본 사람이다.

 

기억보다는 기록의 힘을 믿어라

러시아 시인 푸시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잘못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잘못이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록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잘되었던 잘못되었던 간에, 오늘 내가 해본 일에 대해 정확하게 흔적을 남겨야 완전한 내 것으로 소화할 수 있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실패한 기록이 남아 있을 때의 이야기다. 기록이 없으면 본인은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다 해도, 뒤에 오는 사람은 똑같은 실패를 답습할 수밖에 없다. 먼저 출발한 사람이 제로에서 시작해 50 정도의 성과를 이루어 놓으면 그 다음에 오는 사람은 50에서 시작해서 70 정도까지는 가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 사람은 70에서 시작해서 100까지 도달하는 식으로, 기술이든 지식이든 꾸준하게 축적되어 가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앞서가는 사람들이 기록을 남겨놓지 않으니 언제나 제로에서 다시 출발하게 되는 것이다.

 

DAT(Digital Audio Tape)라는 오디오 기기를 개발할 때의 일이다. 조그만 집적회로가 1,200개 가량 들어가기 때문에 서로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그런데 간혹 중간에 우리가 예측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그럴 때마다 다른 부품을 추가하거나 삭제하기도 하고 연결배선을 이리저리 바꿔보기도 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귀찮다는 이유로 그 과정을 하나도 기록하지 않고 그냥 진행했더니, 나중에는 우리가 뭘 어떻게 뜯어고쳤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처음에는 번듯한 회로도도 있고 설계도도 있었는데 나중에는 도면과 전혀 다른 엉뚱한 시제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그 제품을 개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일을 통해서 기록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절감했다.

 

나만의 주특기를 가져라

아들 녀석은 한달 간의 미국 어학연수를 준비하면서 중학교 영어교과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달달 외웠다. 연수를 다녀온 후로는 어지간한 비디오는 자막을 보지 않고도 말을 알아듣는다. 연수 기간 중에 학생 둘이 짝을 이루어 미국인 가정에서 민박을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자기보다 영어를 못하는 친구와 한 집에 머물렀다고 하니 운도 따른 셈이다.

 

의사를 표현해야 할 일이 있으면 반드시 조금이라도 실력이 나은 쪽이 나서게 된다. 결과적으로 조금 잘하던 아이는 훨씬 더 잘하는 아이가 되어 돌아오고, 조금 못하던 아이는 계속 그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 사례는 내게 소중한 가르침을 주었다. 무슨 일이든 초창기에 남들보다 반 발짝 정도만 앞서 있으면 그게 엄청난 기회가 되어 우리의 인생을 바꿔 놓는다는 것이다.

 

천재가 아닌 이상 사람은 누구나 비슷한 능력과 자질을 가지고 있다. 남들보다 월등하게 뛰어나면 더 바랄 나위 없겠지만, 설령 그렇지 못하다 해도 자기가 속한 조직 내에서 눈곱만큼이라도 낫다는 평가를 받으면 그 사람에게 기회가 가는 법이다. 일단 기회를 포착하고 나면 그 사람은 조금 더 잘하는 사람에서 확실히 잘하는 사람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자기만의 주특기를 갖게 된 사람은 외부의 조건이 웬만큼 변해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전문가로 성장한다. 그렇지 못하고 항상 남들하는 만큼만 간신히 쫓아가는 사람은 언제나 자기 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다.

 

열심히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

개발부서에서 신제품을 개발할 때의 일이다. 개발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일본에서 작업을 했는데 95퍼센트까지 무난히 마치고 마지막 5퍼센트만 제대로 마무리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런데 개발 완료시점을 불과 일주일 남기고 난관에 봉착하여 애를 태우게 되었다. 마음이 급하면 급할수록 길은 점점 더 멀어 보였다. 사실 내 평생을 통틀어 그 무렵의 며칠 만큼 열심히 일한 적이 없다. 날밤을 새는 것도 모자라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아껴가면서 모든 노력을 기울였지만 마지막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신제품을 납품해야 할 회사의 기술자에게 제품이 완성되지 못한 채로 귀국하게 되었다며 하소연했다. 그 친구는 어차피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지금 돌아가나 며칠 더 버티다 돌아가나 책임을 져야 하기는 마찬가지인데, 기왕 일이 이렇게 된 바에야 나중에 미련이나 남지 않도록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보라고 하면서 혹시 자기가 도움이 될지 모르니 한번 들르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친구가 작업실에 왔을 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도저히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던 문제를 10분 만에 보란 듯이 해결한 것이다.

 

우리는 흔히 결과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최선을 다했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 혹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되는 걸 날더러 어떻게 하란 말이냐? 는 식의 말을 자주 듣는다. 이것은 참가에 의의를 두는 올림픽에서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가혹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 인생은 결코 참가에 의의를 두는 올림픽이 아니다. 특히 승자만이 살아남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과정이 중요할 뿐 결과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식의 자세는 곧 패배를, 나아가 죽음을 가져올 따름이다.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은 영원히 못한다

모처럼 휴일을 맞아 느긋하게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남편에게, 아내가 액자를 걸게 벽에 못을 하나 박아 달라고 한다. 가만있어 봐, 한창 재미있는 프로그램 하는데 이것만 보고 박아 줄게. 기다리는 동안 어디에다 액자를 거는 게 좋을지 이리저리 재 보던 아내가 다시 묻는다. 아직 안 끝났어요? 이제 거의 끝나 가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텔레비전을 보고 나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다. 저런, 내일 아침에 중요한 약속이 있는데 머리 자른다고 해놓고 깜빡 잊었네... 여보, 나 머리 좀 자르고 올게. 아내는 현관을 나서는 남편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액자는...? 그까짓 못 하나 박는데 몇 분이나 걸린다고 그래? 얼른 머리만 깎고 와서 박아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매일 가던 동네 미장원 앞에 가서 안쪽을 힐끗 들여다보니 오늘따라 남자 손님은 하나도 없고 파마하느라 머리에 보자기를 두른 아줌마들만 줄줄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저 틈에 끼여 여성 잡지나 뒤적거리고 앉아있기도 쑥스러우니 오랜만에 사우나에 가서 땀도 좀 빼고 머리를 깎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기분 좋게 사우나하고 머리까지 자른 뒤 스킨 냄새를 풍기며 집에 돌아와 보니 저녁상을 차리는 아내의 표정이 왠지 싸늘해 보인다.

 

아 참, 못 박아 달라고 했지... 그나저나 모처럼 땀을 빼서 그런지 몸이 나른하고 출출한데 밥부터 먹고 보자. 허겁지겁 밥을 먹고 나니 어느새 평소 즐겨보는 주말 드라마가 시작된다. 아니, 당신 정말 못 안 박아 줄 거예요? 슬그머니 시계를 올려다보니 벌써 저녁 9시가 가까웠다. 지금 이 시간에 어떻게 못을 박아? 언제 일찍 퇴근하면 만사 제쳐놓고 못 부터 박아 줄 테니까 걱정하지마, 도대체 그깟 액자 하나 거는 게 뭐 그리 중요하다고 모처럼 쉬는 날 사람을 하루종일 들들 볶아? 그 다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우리가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사소한 일일수록 한두 번 미루다 보면 끝내 때를 놓쳐버려서 영원히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마치 시험을 칠 때 어려운 문제를 붙잡고 끙끙대느라 정작 답을 알고 있는 쉬운 문제를 풀지 못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이다. 누가 봐도 어려운 문제는 설령 풀지 못한다 해도 양해를 구할 수 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을 못할 때는 주변 사람들의 신뢰가 한순간에 떨어진다.

 

 

제3장 조직의 비전과 개인의 비전

 

남을 배려하는 사람에겐 복이 온다

예전에 내가 모시던 상사 중에 일본통으로 인정받는 분이 있었다. 나 역시 그때까지는 일본의 전자업계에 밝은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분을 상사로 모시면서 일본과 관계된 정보와 자료를 멀리하고 대신 미국이나 유럽 등 그분의 관심이 덜 닿는 지역의 자료를 접하고 분석하려고 노력했다.

 

그것은 단순히 상사에 대한 배려라거나 내가 아무리 기를 쓴다고 해도 그분을 능가하는 일본통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보다 같은 회사, 같은 부서에서 역량을 중복시켜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더 컸다. 그러나 내가 일찌감치 눈을 다른 지역으로 돌림으로써 그 상사와 나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동반자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고 우연찮은 기회에 내 마음이 그분에게까지 전해져서 더욱 신임을 얻게 되었다.

 

직장생활 외에도 모든 대인관계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또한 이 배려는 그냥 마음에만, 생각에만 담아두어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말로 표현되고, 나아가 행동으로 실행될 때 상대방은 물론 나 자신에게도 더욱 큰 이익이 돌아온다.

 

기브앤드테이크와 테이크앤드기브

모든 사람들이 하나를 받아야만 내 것 하나를 내놓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누군가는 먼저 앞장서서 내가 가진 하나를 내주어야 한다. 내 입장에서 상대방에게만 기브앤드테이크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기브앤드테이크의 정신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것이 바로 경쟁력이다. 경쟁력 하면 남을 짓밟고 올라서는 개념부터 떠올려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내가 먼저 베풀 수 있는 힘을 경쟁력으로 정의한다면 그렇게 삭막할 것도 없다.

 

직장생활은 회사와 나의 계약에 의해 이루어진다. 내가 회사에 기여하는 만큼 회사도 내게 보상해 줄 것이며, 그 양자의 균형이 무너질 때 고용계약은 파기된다. 하는 일에 비해 대우가 너무 부족하다면 내가 먼저 회사를 떠날 것이고, 대우에 비해 내가 하는 일이 변변치 않다면 나를 버려야 회사가 살 수 있을 것이다.

 

이것도 일종의 기브앤드테이크임에 분명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기 받을 것만 챙기려 하지 줄 것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분란과 갈등이 초래하는 것이다. 이런 기브앤드테이크의 정신은 비단 직장 생활에서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대인 관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내가 누군가를 미워하면 그 사람도 틀림없이 나를 미워하게 된다.

 

부하직원의 마음을 제대로 얻는 방법

모 기업에서 직원으로 있다가 분사기업으로 갈라져 나와,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이 되고보니 남모르는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우선 자꾸만 함께 나와서 같이 근무하는 부하 직원들이 내 마음을 몰라준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로서는 우선 영업이 잘되어 조금이라도 이윤이 남으면, 투자를 해서 회사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렇게 해서 하루빨리 회사가 안정되어야 직원들에게도 비전이 생길 것 아닌가. 그러나 직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회사가 남긴 이윤은 자기들이 열심히 일한 대가로 벌어들인 돈인데, 그것을 왜 나눠주지 않고 투자를 하느냐는 것이다.

 

나는 논리적으로 이들을 설득했다. 전 직장의 인건비는 전체 비용의 5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따라서 모든 직원들의 연봉을 100퍼센트 올려줘도 비용의 증가 역시 5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회사는 인건비의 비중이 전체지출의 90퍼센트를 차지한다. 10퍼센트만 올려 줘도 9퍼센트의 비용증가가 발생한다. 하는 식으로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설득하면 직원들 대부분 머리를 끄덕이며 돌아서곤 했다. 그러나 나를 당혹케 한 것은 내 앞에서는 고개를 끄덕이던 그들이 돌아서면 똑같은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었다.

 

그때 문득 이런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이 제일 허탈할 때는 윗사람이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이야기할 때다. 자기 생각은 그렇지 않은데 논리적으로는 상대방 말이 맞으니까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다시 말해서 누군가를 설득한다는 건 누가 이기느냐 지느냐의 싸움에 지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객관적인 옳고 그름이 아니라, 상황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감정과 마음이다. 합리적인 사고방식에 비춰 본다면 논리로 설득하는 것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방을 내 뜻대로 끌고 가는 최선의 방법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방법으로는 상대방의 마음까지 얻을 수 없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으려면 먼저 내 마음을 주어야 한다.

 

 

제4장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

 

디지털이라는 단어는 우리의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뜻하는 digit라는 단어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숫자를 가리키는 말로 변했는데, 이는 어린 시절 손가락 발가락을 세며 숫자를 익혔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쉽게 납득이 갈 것이다. 이 디지털의 세계는 손가락이 2개 밖에 없는 기형이라고 보면 된다. 즉 0과 1, 두 개의 숫자를 가지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을 표현한다. 이러한 디지털 신호는 아날로그에 비해서 저장과 편집, 수정과 복제가 자유롭다. 바로 이런 특징 때문에 디지털은 아날로그를 제치고 세계를 지배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산업화 사회에서 정보화사회로 넘어가는 과정과도 일치한다. 그러나 디지털의 파급효과는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에만 머무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의 의식 구조마저 디지털화 되기를 요구하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과거의 경험이나 이력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 꾸준히 축적해 온 과거의 결과물이 바로 오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는 특정한 패턴 없이 아무 때나 급격한 도약과 쇠퇴가 나타난다. 단절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과정을 따진다는건 무의미하고 오로지 결과만 중요할 뿐이다.

 

또한, 아날로그 시대에는 오랜 연륜을 지닌 기성세대가 사회 전반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는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변하고 누구나 쉽게 정보를 입수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지식을 머리 속에 쌓아둘 필요가 없다. 오히려 경험이 적은 사람일수록 고정 관념도 적기 때문에 창의적이고 참신한 발상을 내놓을 수 있다. 20대, 30대는 물론 10대의 벤처기업 사장이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 디지털이 안고 있는 숙명적인 한계 가운데 하나는 감성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디지털 세계에 익숙한 사람들은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사고로 속도전에 강점을 보인다. 그러나 동료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거나 회사에 대한 애사심, 미래에 대한 신뢰 등과 같이 감성적인 부분에는 의외로 소홀한 경우가 많다.

 

물의 흐름을 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흐름이 과연 우리를 어디로 데려다 줄 것인지 생각하는 일이다. 아무리 과학과 기술, 정보와 통신이 발전해도 디지털만으로는 세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 현실은 철저하게 아날로그 영역이다. 디지털의 힘이 커지면 커질수록 아날로그에 입각한 지혜의 가치 역시 높아진다. 단절과 비약, 논리와 이성에 길들여진 디지털 사고로는 인간 세상의 복잡하고 미묘하며, 진한 감동이 있고 때로는 터무니없는 실수도 저지르는 사회의 애환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디지털이든 뭐든 겁을 먹거나 주눅들 필요가 없다. 단지 정말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덮어놓고 있다가 결국 시대에 뒤떨어진 인간으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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