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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행복한 회사
1부 책은 우리의 멘토
이메이션, 벼랑 끝에 서다
이메이션코리아의 창립 사장을 맡은 이장우 대표, 그러나 이메이션코리아는 창업 1년 만에 부도 위기를 맞는다. 늦은 퇴근시간, 이 대표는 우연히 사무실에 남아 있던 직원들과 술자리를 하게 되었다.
“사장님도 세일즈부터 시작하셨다면서요?” 신참 이신우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이 대표는 처음 3M에 입사해 수세미 영업하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 사람들은 3M이 무슨 회사인지 몰랐고 수세미 가격은 경쟁사 보다 여섯 배나 높았다. “인천으로 세일즈를 나섰는데 막막하더군. 그래서 인천 전역을 지역별로 나눠서 한 군데씩 공략했지. 란체스터 전략을 쓴 거지. 또 품질은 자신 있었기 때문에 주부들에게 샘플을 듬뿍 뿌려 입소문을 내게 하는 전략도 사용했지. 그것만이 아니야. 고객을 일 대 일로 만나면 인간적으로 호소하는 방법도 썼지. 신입사원인데 한번 도와달라는 식으로 말이야.” 이 대표는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이렇게 해서 3개월 만에 수세미 3만 장을 판매하는 기록을 세우고 서울 강남에 있는 한양유통, 뉴코아 같은 대형 유통업체의 납품을 따내는 데도 성공했지.”
“포스트잇 얘기도 들려 주시죠.” 박 과장이 맥주에 빈 잔을 채우면서 물었다. “포스트잇도 수세미처럼 샘플을 마구 뿌렸지. 사무실 밀집 지역과 학교 앞에 진을 치고 샘플을 수만 개 나누어 주었지. 아 글쎄 이게 보란 듯이 성공했지 뭔가.” 사실 이 대표가 경험 마케팅의 중요성을 실감한 건 이때부터다. 경쟁제품보다 가격이 비쌀 경우에는 써 보게 하는 전략이 유리하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워 알고 있던 그였다. “이후에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1984년 컴퓨터 디스켓 영업을 맡았는데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지. SKC와 금성 같은 경쟁사가 있었는데 SKC의 시장점유율이 90%였고 나머지 10%를 금성과 우리가 나눠먹는 상황이었어. 죽어라 뛰어다녔지만 목표했던 100만장에 못 미치는 27만 장 밖에 못 팔았지 뭔가. 하루하루가 바늘방석이더군.” 잔을 비운 이 대표가 신참 이신우의 빈 잔을 채워 주었다. “자네 같으면 어떻게 하겠나?” “글쎄요?” 그때 최대리가 대답했다. “그 분야의 베테랑에게 찾아가 노하우를 배워야죠.” “물론 그렇지. 바로 그때 내가 만난 멘토(조언자)는 다름 아닌 책이었네.”
“디스켓 세일즈로 고민하던 시기에 결정적으로 도움이 된 책이 앨 리스와 잭 트라우트가 쓴 『마케팅 포지셔닝』이었지. 나는 이 책에서 배운 전략을 많이 활용했네. 5% 대 90%의 싸움에서 측면을 공격하여 주류 시장의 옆구리 쪽으로 끼어드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야.” 치열한 마케팅 전쟁의 결과 시장점유율이 15%까지 상승하자 이 대표는 대리점 의존형의 마케팅을 현장 중심으로 바꾸었다. 디스켓을 많이 사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학생층을 타깃으로 삼고 시장을 파고든 결과 3M은 업계 1등이라는 쾌거를 이루며 선두자리를 고수하기 시작했다. 되돌아보면 입사 이후 순탄했던 시기는 한 순간도 없었다. 매출이 형편없어 술로 밤을 지새운 때도 있었고 상사와의 불화 때문에 골치 아팠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에게 등대 역할을 해준 든든한 조언자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동서고금의 멘토들을 한데 모은 지혜의 보고 책이었다.
책값이 얼마든 회사 돈으로
이듬해 봄이 되어도 회사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미국 본사에서는 사업이 계속 부진할 경우 철수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전해 왔다. 창립 초기에 직원들에게 ‘공부하고 싶은 건 다 지원해 주겠다’고 했던 약속을 떠올린 이 대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진 직원들과 함께한 야유회 자리에서 엄청난 제안을 한다.
“그동안 고생 많았고 많이 미안하네. 공부하는 데 최우선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큰소리 쳐놓고 교육 한번 제대로 보내준 적이 없으니……. 오늘부터 책이라도 마음껏 읽도록 해주고 싶어. 회사 돈으로 책값 전부 치러 줄 테니 보고 싶은 책 마음대로 사서 보도록 하게. 좋은 시절이 올 것에 대비해 지식의 창고를 풍요롭게 해 놓는 것도 의미 있잖은가?” 곳곳에서 박수가 터졌다. “사장님, 멋쟁이!” “독후감을 내라거나 전표를 확인하지는 않겠네. 이왕 시작한 거 재미있게 하자고. 회사에 책 한보따리 사다 풀어놓고 원하는 책을 골라잡는 행사는 어떤가?” 첫 북 랠리 행사는 그해 가을에 있었다. 담당자가 서점에 가서 스테디셀러, 베스트셀러, 신간을 구입해 와서 출근시간 30분 전에 회의실 탁자에 깔아 놓으면 직원들이 출근하는 순서대로 와서 가져간다. “책을 지원하면 그게 어떤 형식일지는 몰라도 반드시 돌아온다.” 이 대표는 독서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를 기대했다. 회식 한번 하는 비용이 200만~300만 원인 데 반해, 북 랠리 행사는 비용이 50만~60만 원에 불과했고, 무엇보다 아이디어 창출이라는 무형자산까지 확보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였다. 시범적으로 실시한 북 랠리는 직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이후 매년 봄과 가을에 이벤트처럼 실시되었으며 사내에 자발적인 독서문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되었다.
“매월 2천 개 이상 나가고 있답니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최태호 대리가 큰 소리로 외쳤다. 12월에 출시된 CD-R이 잘 팔려나간다는 소식이었다. 이메이션 코리아가 상승기류를 타기 시작한 것은 첫 북 랠리 행사가 실시된 그해 가을부터였다. 다행히 본사에서도 한국법인을 살리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100억 원의 자본 투입이 이루어진 상태였다. CD-R의 히트에도 불구하고 그해 영업실적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외부환경의 불리함과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기혁신과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발견한 것은 큰 수확이었다.
이근수 차장에게 실적을 보고받던 이 대표는 책장에서 책 두 권을 끄집어냈다. 톰 피터스의 『초우량기업의 조건』과 『자기혁신 아이디어』이었다. “톰 피터스는 어려울 때마다 용기와 지혜를 주는 경영의 구루이자 내 인생의 멘토지. 여기서 말하는 초우량기업이란 평범한 기업에서도 하고 있는 활동을 전혀 다르게 실행하는 기업을 말하는 거라네. 자유, 열정, 실행력, 창조성, 동기부여, 사람, 공유가치와 규율 등 경영의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를 강조한다고 볼 수 있지.” 집에 돌아와 식사를 마친 이 차장은 소파에 앉아 이 대표가 추천해 준 책을 펼쳤다. 책에 담긴 초우량 기업의 특징들을 곱씹어보면서 그 내용을 자신이 처한 상황에 투영해 보았다. “바로 그거야! 사람들은 동기가 부여되면 열심히 일하게 마련이지. 실행력은 동기부여에서 나오는 거야.” 이 차장은 이 대표가 자신에게 책을 권한 이유를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었다.
다음날 이 차장은 아침 일찍 출근해 이 대표가 권한 또 다른 책 『자기혁신 아이디어』를 읽었다. “무슨 책 읽으세요.” 유서형 대리였다. “자기혁신 아이디어” “저는 요즘 이걸 읽고 있는데…….” 그가 내민 책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이 쓴 『성공기업의 딜레마』였다. “세계적인 우량기업이 시장지배력을 잃게 되는 원인을 분석한 책이라고 하네요.” “흠” “진짜 잘 나가던 회사들이, 그것도 고객에게 빨리 반응하고 기술 개발에도 화끈하게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추락했나요?” “왜지?” “저자는 이들 기업의 실패요인을 와해성 기술이라고 지적하더군요.” “와해성 기술?” “기술은 엔지니어링과 제조의 개념을 뛰어넘어 마케팅과 투자, 관리의 모든 과정을 포괄하는 개념이죠. 혁신이란 이들 기술 중에서 어느 하나가 변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왜 훌륭한 경영자의 건전한 의사결정이 기업을 실패로 몰고 가는지에 대한 진단과 이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법이 나와요.” “다 읽었으면 좀 빌려줄 수 있겠나?” “저야 좋죠. 대신 저한테도 한 권 빌려주셔야 합니다.” “허허, 이 친구 계산은 빠르군.” 이 차장은 메모장을 뒤집어 초우량 기업부터 자기혁신 아이디어, 성공기업의 딜레마까지 자신이 메모한 것을 살펴보았다. 한참 메모한 것을 바라보던 그는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무릎을 쳤다. “그렇구나. 사장님은 끊임없이 혁신을 생각하라고 말씀하신 거야. 이제 막 CD-R 판매가 호조로 돌아섰는데, 이에 안주하지 말고 더 높은 곳을 쳐다보라는 말씀이었어.”
책 속의 지혜로 황금 기회를 살리다
1999년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한 Y2K 문제는 정보저장장치 업계에 엄청난 특수를 가져왔다.
거의 모든 기관이 백업장치를 대대적으로 사들이면서 이메이션 코리아의 매출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이 기회야!” 이장우 대표는 『빌 게이츠 @ 생각의 속도』의 표지를 탁 하고 덮었다. 시장은 예측 불가능한 속도로 급박하게 변하고 있었고, 그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조직원의 사고가 그만큼 민첩해야 했다. 이럴 때일수록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비전과 방향이 절실하다. 그는 이근수 차장, 박진욱 과장, 유서형 대리를 불러 각각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조스에 대한 브리핑을 준비시켰다. 그로부터 며칠 후 책 소개를 위한 특별 간담회가 열렸다.
첫 번째 발표자 이근수 차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소규모 벤처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인터넷 재벌로 성공한 재일 한국인 3세 손정의의 성공비결과 휴먼스토리를 담은 책인 <손정의 21세기 경영전략>과 <손정의 인터넷 제국의 지배자>를 소개했다. 손정의의 비즈니스 전략은 손자병법과 란체스터 법칙을 접목한 이론이다. “일류공수군은 최고 자리에 앉은 사람은 공수의 균형을 취하며 무리를 지어 싸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도천지장법은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인데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덕목을 말하죠. 정정략칠투는 정상에 올라 전체를 내려다보고 정보를 되도록 많이 모아 전략을 세우고 7할의 승산이 있을 때 일을 시작한다는 의미입니다. 풍림화산해는 삼킬 때는 바다처럼 하라는 말입니다.” 이 차장은 숨을 고르며 직원들을 둘러보았다. “손정의는 ‘다음 세기의 세계지도를 바꿀 인물’이라는 평가에 대해 다음과 같은 코멘트를 남겼습니다. ‘열아홉 살에 세운 인생 50년의 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라고요. 여러분은 지금 어떻습니까?”
좌중이 숙연해진 가운데 이 차장이 자리로 돌아가자 두 번째 발표자 박진욱 과장이 앞으로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1년 간 각종 서류를 전자양식으로 전환해 4천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빌 게이츠가 궁극적으로 반대한 것은 종이가 아니라 경직성입니다. 일상적인 업무를 소프트웨어로 처리하여 지식노동자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벌어 주고 이들이 창의적인 일에 정열을 쏟을 수 있도록 만들자는 것이 골자입니다. 그는 이것을 계란 반숙의 원칙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사용자가 3분 이내에 대부분의 관리도구에 들어갔다 나올 수 있어야 진정한 업무효율화가 이루어진다는 논리죠.” 박 과장에 이어 마지막 발표자는 유서형 대리였다. “『아마존의 성공비밀』을 간단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책이라는 구식의 아날로그 매체를 첨단 디지털 매체를 통해 팔겠다는 발상부터가 창조적 사고와 역발상 지혜의 증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아마존이 흑자를 내건 적자를 내건 계속 돈을 갖다 바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들은 아마존에서 미래를 발견했기 때문이죠. 베조스가 눈앞의 작은 이익을 탐했다면 이익은 훨씬 빨리 실현됐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었습니다.”
세 사람의 브리핑이 끝나자 이 대표가 앞으로 나섰다. “오늘 소개된 책을 전 직원들에게 선물하겠네. 우리는 지금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 와 있어. 세 사람이 브리핑한 책들 속에는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보석 같은 얘기가 가득하지. 우리 모두 책 속의 지혜를 살려 황금 같은 기회를 최대한 살려보자고.” 그는 약간 흥분한 듯한 모습으로 얘기를 이어나갔다. “올해 목표를 달성하면 해외여행 한번 추진하지. 인도네시아의 멋진 휴양지 발리 어때? 멋지게 저질러 보자고.”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 대표는 회사의 장단기 전략을 지극히 사소한 대화처럼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제시한 셈이었다.
이메이션 코리아는 1999년 말 전 세계의 본사 법인들 가운데 최우수 법인으로 뽑혔다. 영업신장률 1위, 매출액 147억 원, 흑자 15억 원. 그는 약속대로 전 직원 가족동반 해외여행을 추진했다. 본사에서는 난색을 표했다. 해외법인 어디에도 이런 보상은 없었으며 이제 첫 흑자를 낸 것 가지고 인센티브가 과도하다는 이유였다. 이 대표는 물러서지 않고 본사를 설득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천재일우의 기회로 바꾼 한국인들의 열정을 보라. 이에 대한 보답도 한국식으로 해야 옳다.” 결국 본사는 반신반의하는 태도로 오케이 사인을 보내왔다. 이 대표는 에머랄드 빛 바다와 꿈 같은 휴식을 머릿속에 그려 보았다.
그들을 일으켜 세운 한 권의 책
Y2K 위기를 넘기자 백업장치의 주문은 뚝 끊어져 버리고 반짝 좋아졌던 회사 사정은 다시 어려워졌다. 더 심각한 문제는 중간 관리자들이 하나둘씩 떠나면서 조직이 동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른바 Y2K 후폭풍이 밀어닥친 것이다. 회의시간 이 대표는 그날의 회의 안건을 제쳐 둔 채 한참 동안 직원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긴장감이 흘렀다. “유 대리 나와서 이것 좀 읽어 보세요,” 이 대표가 유 대리에게 긴 글이 프린트된 A4지를 건넸다. <책 마을 편지>라는 칼럼이었다.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이라는 책을 소개합니다. 주인공은 어렵게 얻은 새 직장에서 출근 첫날부터 문제투성이 부서를 떠맡고 난감해 합니다. 무기력에 빠진 조직원들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그는 어시장을 들렀다가 신선한 충격을 받습니다. 그곳에는 열정과 기쁨이 펄떡거리고 사람들의 표정에도 활기가 넘쳤습니다. 지저분한 어시장에서 상인들 역시 반복되는 노동에 찌들었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되었을까요? 그는 어시장의 변화를 주도했던 관리자를 만나서 자신의 인생과 회사의 장래를 바꿀 열쇠를 얻습니다. 비결은 개인과 조직을 긍정적이고 쾌활한 사고로 바꾸는 것, 경쟁력의 근본을 인간에 두고 고객과 내부 구성원을 연결하는 서비스 등이었습니다. 우리는 날마다 10시간 이상을 직장에서 보냅니다. 일터가 즐겁지 않으면 인생 또한 불행하지요. 우리 모두는 삶의 망망대해에서 희망을 낚는 어부들 아닌가요. 오늘 당신의 가슴속에는 어떤 물고기가 펄떡이고 있습니까?
“뒷장에 있는 것도” 이 대표가 계속 읽으라는 손짓을 했다. 뒷장에도 글이 빽빽하게 프린트되어 있었다.
체코의 프라하 시청 건물에 중세 장인이 만든 커다란 벽시계가 하나 있습니다. 시계 위에는 네 개의 인형이 매달려 있는데 그 중 세 인형은 각각 거울, 주머니, 기타를 들고 있고, 나머지 하나는 그냥 뼈만 남은 해골인형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매시간마다 종소리가 울릴 때 이들 인형이 움직이는 장면입니다. 먼저 해골인형이 아래위로 잘그락거립니다. 이제 죽음이 가까워졌으니 떠날 준비를 하라고 재촉하는 거죠. 그러면 나머지 세 인형은 아니야 하면서 고개를 좌우로 흔듭니다. 거울은 아름다움과 사랑, 주머니는 돈, 기타는 음악과 즐거움을 상징합니다. 이렇게 좋은 세상을 두고 왜 죽느냐는 겁니다. 저는 석양이 질 무렵 이 희한한 광경을 보았는데 그 인형들이 마치 인생의 비밀을 여는 세 개의 열쇠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제 읽은 책 한 권이 그때의 기억 속으로 빨려들게 했습니다. 다름 아닌 『사명, 돈, 의미』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인생에서 균형 잡힌 성공을 거두기 위해 우리가 지녀야 할 덕목 ‘즉 뚜렷한 사명을 가질 것’, ‘돈을 잘 벌고 관리할 줄 알 것’, ‘삶의 의미를 제대로 깨우칠 것’을 여러 일화와 함께 들려줍니다. 사명은 인생의 나침반이고 돈은 현실의 거름이며 의미는 꿈에 대한 보상이지요. 오늘은 프라하 시청 건물의 인형과 인생의 세 가지 열쇠를 새삼 되짚어보게 됩니다.
유 대리의 낭독이 끝나자 이 대표는 직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금 우리에게 사명, 돈, 의미, 이 세 가지 요소는 무엇일까? 또 우리를 펄떡이게 하는 물고기는 무얼까?” 직원들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이 대표를 쳐다보았다. “회사가 다시 어려워졌네.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찾을 줄 아는 희망의 선단 아닌가? 오늘부터는 흔들리지 말자. 디스켓이 안 팔린다? 맞는 얘기야. 이제 디스켓은 저무는 시장이라는 것을 인정할 때가 된 거야. 대신 우리에겐 새로운 광맥 CD-R이 있지 않는가? 다시 한 번 지난해의 신화를 만들어 보는 거야.” 이 대표는 이튿날 바로 CD-R 판매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팀을 만들어 가동시켰다. 디스켓을 버리고 새로운 매체에 집중하는 전략에 대해 불안해하는 실무자도 있었지만 이 대표는 시장의 향방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
2000년 말, CD-R 판매에 집중하기로 한 전략은 보기 좋게 들어맞았다. 예상대로 수요가 급증했고, 급기야 연말에는 30만 장이라는 판매기록을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총 매출액도 160억 원을 넘어섰다. 직원들이 자기발로 회사를 뛰쳐나간 연초의 분위기에서 예상치 못한, Y2K 특수만큼이나 폭발적인 판매실적이었다.
책장 속의 글자를 현실로
출장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도 이 대표는 책을 놓지 않는다. 옆 자리에 앉은 미국인 여자에게 자신이 읽고 있는 책에 대해 설명하던 이 대표가 그녀의 무릎에 놓인 책을 발견하고 물었다. “이 책은?” 톰 켈리의 『유쾌한 이노베이션』이었다. 이 대표는 떨리는 손으로 그녀가 건네는 책을 받아들었다. “톰 켈리 아세요?” “네 명의 디자이너에서 출발하여 자신의 회사 IDEO를 세계 최대의 디자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경영인…….” “잘 알고 계시네요.” “실례가 안 된다면 그 책 제가 사고 싶은데요.” “예?” “평소에 꼭 읽고 싶던 책이라…….” 그녀는 한참을 고민하다 이 대표에게 책을 넘겼다. “좋아요.” 그녀와 작별 인사를 나눈 그는 호텔에 도착하여 레스토랑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한 후 톰 켈리의 책을 읽었다. 예감이 좋았다. 암흑 속에서 한 줄기 서광이 비추는 느낌이었다.
이 대표는 볼펜을 꺼내 이노베이션의 세 가지 기본 도구 - 성실한 관찰, 열정적인 브레인스토밍, 신속한 프로토타이핑 - 에 밑줄을 쳤다. IDEO는 어린이용 칫솔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어린이들이 주먹을 쥐듯이 칫솔을 잡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그 관찰에 의해 어른용 칫솔보다 손잡이 부분이 훨씬 굵은 칫솔을 만들 수 있었다. 또한 IDEO에서는 제품을 개발하면서 끊임없이 프로토타입(원형 시제품)을 만든다. 머릿속에 떠다니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다. 책을 읽던 이 대표의 눈길이 이노베이션 문화를 뿌리내리는 방법, 그 중에서도 열정팀을 만드는 대목에서 멈추었다. IDEO에서는 직원들에게 열정을 불어넣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한다. 또한 서로 협력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팀을 구성한다. 이 같은 열정팀 문화가 촉박한 마감 시한과 힘겨운 도전 과제를 이겨내도록 만들고 이노베이션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이노베이션을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를 뽑거나 최고의 테크놀로지를 갖추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공간의 가치를 이해하고 중시하는 문화도 수용해야 한다. IDEO에서는 회사의 가장 전망 좋은 공간을 전망대(Lookout)로 이름 붙이고 모든 직원이 이용하는 카페, 자료실, 회의실로 꾸몄다.
“유쾌한 이노베이션은 유쾌한 일터에서 나온다.” 이 대표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공간의 변화가 혁신의 시작이라는 것은 그도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혁신을 위해서는 혁신을 위한 연습이 필요하고 연습을 하려면 당연히 공간이 있어야 해.”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 대표는 박 과장을 불렀다. “회의실이 두 개 있잖은가? 이 중 외부 방문객용 회의실을 데코레이션 해 볼까 생각 중이네.” “무슨 말씀이신지?” “내 말은 방문객이 오거나 회의 시에 그동안 해 왔던 프로젝트나 성과물을 보면 새로운 콘셉트나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까 해서 말일세. 이름은……. 그래, 창조룸. 창조룸 어때?”
2001년 3월 이메이션 코리아는 CD-R 판매 100만 장 돌파 목표를 달성했다. ‘우연은 단련된 정신에게 찾아오며, 용감한 탐구자에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고 했던가. 비상을 위한 발판의 언저리에서 맴돌던 이메이션 코리아는 결국 발판을 딛고 도약했다. 어느 날 아침, 이 대표는 이런 저런 상념에 사로잡힌 채 창조룸을 거닐다 게시판 앞에 우뚝 멈추어 섰다. 프린트물 하나가 그의 시선을 붙잡았다. 언뜻 보니 잭 웰치의 경영전략을 요약한 것이었다. 그는 무슨 내용이 쓰여 있는지 읽어 보았다. “모든 성공은 인재를 키우는 것에서 시작한다. 인간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직 그 깊은 우물에 호스를 대는 것뿐이다. 반대로 우리 스스로 가치 있는 인재가 되는 것은 어떤가? 자발적으로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가치를 올려보는 것은? 또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동기를 부여해 보려고 시도하는 것은? 인재로 키워지길 바라지 말고 스스로 최고의 인재가 되어 보자.” 이 대표는 뿌듯해진 가슴을 안고 창조룸을 나왔다.
제 2부 독서 문화의 모범, 이메이션
책 읽는 재미를 알다
독서토론 모임 날, 이신우 대리는 책사모 회원들에게 나눠 줄 프린트물을 들고 창조룸으로 들어갔다. “왔나?” 이장우 대표였다. “오늘 모임 있지?” “예, 아직 시간이 좀 남았습니다.” “자네 식사는 했나?” “아직 못했습니다.” “나는 말이야 회사 일에 바쁘다 보니 식당 밥을 자주 먹었어. 그런데 맛집을 찾아다니는 동안 나도 모르게 음식보다 식당이 더 좋아졌지 뭔가.” 이 대리는 묵묵히 이 대표의 말을 경청했다. “단골 식당 가운데 칼국수 집이 있었네. 그곳 아주머니는 항상 날 반갑게 맞아 주셨지. 다른 상에 나가는 것보다 찬도 많이 주시고, 가족들의 안부도 묻기도 하고, 단골이라고 간혹 밥값을 깎아 주기도 했어. 칼국수도 칼국수지만 아주머니의 미소가 생각날 때가 더 많아.” 이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는 이신우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모두 마케팅이 뭐냐고 묻곤 하지.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은 바로 칼국수집 아주머니야. 나를 단순한 손님이 아니라 아는 사람으로서, 친구처럼 대해 주신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네. 고객에게 친밀함을 전해 주고 그들이 원하는 느낌과 감성을 일깨우는 것이 바로 마케팅이네.” “아! 감성 마케팅…….” 그때였다. “어, 사장님?” 멤버들이 창조룸으로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독서토론이 끝난 후 회사를 빠져나온 이신우 대리는 부랴부랴 택시를 잡아타고 약속장소로 향했다. 핸드폰을 켜자, 부응 하는 진동과 함께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함께 뮤지컬을 보기로 한 친구의 메시지였다. ‘야근이야. 미안~’ 맥이 빠졌다. 멀리 예술의 전당이 보였다. 이 대리는 이왕 온 김에 공연이나 관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신우 대리?” 박진욱 차장을 만난 건 공연을 기다리며 자판기 앞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 “박 차장님?” 반갑게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은 근처에 마련된 파라솔 테이블에 앉았다.
“차장님 전공이 불문학이라고 하셨죠?” “불문학 전공이 왜 마케팅을 하고 있냐고?” “사실은 저도 마케팅과는 거리가 좀 있는…….” “소비자 제품의 경우에는 예술을 한 사람이 유리할 수도 있어. 상황에 맞게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인재가 필요한 거야. 예술을 공부한 사람은 아무래도 창조력과 상상력, 감성 같은 게 뛰어나지 않겠나?” 박차장은 세일즈로 유명한 재미교포 앤디 김 사장의 일화를 들려 주었다. “앤디 김은 수학 교사였어. 교사를 그만두고 부동산 업체에서 마케팅을 하게 되었는데 영업전략을 교사 생활할 때 방식으로 세웠다지 아마? 수요자에게 문제의 정답을 가르쳐 주지 않고 문제를 컨설팅하는 방법 말일세.” “처음에는 비전공자가 불리하지 않나요?” “장기적으로 보면 그렇지도 않아. 예술, 문학, 철학, 사회를 공부한 사람이 마케팅을 공부하면 경영학만 공부한 마케터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많다는 거야.”
박차장이 가방 안에서 한 권의 책을 꺼내 들었다. “노르웨이 교포가 쓴 『노르웨이 라면왕 미스터 리 이야기』라고, 얼마 전 서점에서 발견했다네.” 이 대리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책을 넘겨 보았다. “가난과 역경을 이기고 자수성가한 대기업 총수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는 마음에 와 닿지 않아. 하지만 이철호 사장의 이야기는 평범한 한 개인의 소박한 역사랄까? 노르웨이에서의 생활, 결혼 이야기, 실패로 인한 좌절과 역경을 극복하고 최고의 요리사가 되기까지 그의 삶은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라네. 이신우씨처럼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싶군.” 그날 이후 이 대리는 감성 마케팅 관련 책을 집중 탐독했다. 그 속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었고, 이를 곧바로 업무에 활용했다. 이메이션 코리아의 CD-R 판매량은 2001년, 1250만 장에서 2002년 2080만 장으로 껑충 뛰었다.
독서경영이 세상에 알려지다
책사모 모임에서 발표할 책을 위해 1시간 일찍 출근한 이신우 대리는 휴게실에 앉아 머리를 싸매고 있는 최태호 대리를 발견했다. “최 대리님 표정이 어째…….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 그냥…….” 그때 유서형 과장이 휴게실로 들어왔다. “최 대리, 요즘 책 좀 읽나 봐?” “무슨 일이야” “지난 달 책값 신청자 1위가 최대리라던데.” 최 대리는 건성건성 고개를 끄덕이다 담뱃불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고들 하라고” 이 대리는 휴게실을 나가는 최 대리에게 물었다. “책사모에는 안 나오세요?” “바쁜 일이 있어서.”
바야흐로 앉아서 돈 버는 시절이 도래했다. 이메이션 코리아는 CD-R 분야에서 선두업체가 되었고 무차입 경영의 우량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대표의 독서경영이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어느 날 이 대표가 기자와 독서경영에 대한 인터뷰를 마치고 회의실을 나설 때 최태호 대리와 마주쳤다. “사, 사장님…….” 이 대표는 빙그레 웃으며 최 대리의 어깨를 툭 쳤다. “피곤하면 들어가 쉬어. 그런데 자네 『가르시아 장군에게 보내는 메시지』 읽어 봤나?” “아뇨, 아직...” “경영자들이 인적자원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직장인들이 자신의 일에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내용이네. 러일 전쟁 때 전장의 러시아 병사들이 군용배낭에 한 권씩 넣고 다녔다고 해서 유명해진 책이야.” 쿠바 독립전쟁 당시 대통령의 편지를 반군지도자 가르시아 장군에게 전달하는 임무를 맡게 된 로완 중위는 성실함과 책임감이 강한 인물이었고, 이 같은 태도가 그를 위대한 인물로 만들었다. 기술과 시스템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다름 아닌 바로 주어진 일에 임하는 사람의 자세다.
“『아침형 인간』은 읽어 봤는가?” 최 대리가 고개를 저었다. “책값 신청자 1위라면서 아직 그 책도 못 봤다는 것인가?” “그, 그게…….” 『아침형 인간』의 저자는 아무리 밤이 즐거워도 아침과 맞바꾸지 말라고 권한다. 야행성 생활에 젖어들면 생활리듬이 깨지고 만성적인 수면부족에 시달린다. 가장 심각한 폐단은 아침 우울증이다. 일어나기 싫고 무기력해지면서 매사 수동적으로 변한다. 인류는 해가 지면 자고 해가 뜨면 일어나는 자연순응형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현대인은 일이나 유흥을 위해서 잠 못 드는 야행성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몽롱한 정신과 피로가 가시지 않는 몸으로 허둥대며 아침을 맞는 사람은 시간에 쫓기고 일에 떠밀려 하루를 보낸다. “아침을 지배할 줄 아는 사람은 하루를 지배할 수 있고, 하루를 지배할 수 있는 사람은 인생을 다스리고 경영할 수 있다지.” 사실 최 대리는 어제도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 취해 길에서 쓰려져 잤다. 이 대표와 맞닥뜨렸을 때는 이제 막 정신이 들려던 참이었다. 최 대리는 책값으로 받은 돈으로 밤새 술을 마셨고, 회사에서는 주변만 맴돌았으며, 퇴근 시간만 칼 같이 지키는 생활을 몇 달째 하고 있었다.
최 대리는 휴게실로 이신우 대리를 불러내어 조언을 구했다. 최대리의 주된 궁금증은 ‘사장님이 자신의 실수에 대해 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르시아 장군에게 보내는 메시지』와 『아침형 인간』 이야기만 꺼냈을까?’였다. “자율과 능동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요?” “자율과 능동?” “그 책 빌려드려요?” “오, 그래 고마워. 오늘 퇴근길에는 진짜로 책 한 권 사 봐야겠군.” 자리로 돌아온 최태호 대리는 오랜 만에 이메일을 열어 확인했다. 이장우 대표의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세상일을 통제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원칙이다.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지만 행동의 결과는 원칙이 통제하는 것이다.” 『원칙중심의 리더십』에 나오는 말이네. 원칙 중심의 삶이야말로 혼돈과 변화의 급물살 속에서 나 자신을 지탱하게 해주는 기초가 되어주지. 내가 분명히 말했지. 회사에서 지급하는 책값을 무슨 일에 쓰든 상관하지 않겠다고. 나는 자네가 이번 일로 무언가 느끼고 있는 바가 있을 거라고 믿네. 시간이 나면 『행복의 철학』도 읽어보게. 저자인 쇼펜하우어는 “인생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는가.”라고 했네. 삶의 수용 자세에 따라 행복의 의미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구절이지. 최 대리! 기운내고 새롭게 출발하자고.
최 대리는 그날로 담배와 술을 끊었다. 퇴근 후에는 서점에 들러 이신우가 추천해 준 책을 샀고, 다음날부터 1시간씩 일찍 출근해 책을 읽었다. 한 달 뒤, 최 대리는 다시 책값 신청자 1위를 차지했다. 이번에는 진짜였다. 그리고 연말에는 과장으로 진급했다.
스스로 공부하는 직원들
2004년 1월 7박 8일간의 인도여행 일정이 잡혔다. 이 대리와 유 과장은 여행 중에 가져갈 책을 사기 위해 서점으로 향했다. “아니, 최 과장님. 어쩐 일이십니까?” 최태호 과장이 서가 바닥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무슨 책입니까? 눈시울이 뜨거워진 것 같은데?” “아 이거? 『미쳐야 미친다』. 박 차장님이 추천한 책인데 정말 울면서 읽고 있다. 마니아 기질이 자신의 핵심역량을 키우는 것과 맞닿아 있다는 얘기지.” “핵심 역량은 어디서 나올까요?” “핵심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인재활용 시스템이 필요하지. 옛날 노긍이라고 과거시험만 봤다 하면 급제한 사람이 있었지. 한번은 과거를 보다가 옆자리에 있는 늙고 가난한 선비가 빈 답안지 앞에서 비척대는 것을 보고 선뜻 제 답안을 넘겨 줬는데 그 선비가 높은 등수로 합격했다는 얘기가 있어. 하지만 정작 자신처럼 몰락한 잔반에게는 벼슬의 기회가 오지 않았어. 지식인을 경계인으로 떠돌다 죽게 만든 사회 시스템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예지.”
“역량이 없는 사람은?” 이 대리가 물었다. “내가 이 대목에서 울었잖아. 이 세상에 역량 없는 사람은 없어. 김득신(1604년-1684년)은 엽기적인 노력으로 이를 극복한 사람이지. 그는 나이 스물이 되어서야 겨우 글 한편을 지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성균관에 들어가기는 했으나 늘 외워 읽기를 반복해야 할 정도로 많이 부족한 이였다고 해. 그가 책을 읽을 때마다 자신이 읽은 횟수를 빠짐없이 적어둔 것도 그 때문이지. 『백이전』 1억 1만 3천번. 『노자전』, 『분왕』, 『벽력금』, 『주책』, 『능허대기』는 2만 번, 『장자』, 『사기』, 『대학』, 『중용』은 읽은 횟수가 만 번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아예 적지도 않았다고 해.” 당시의 10억은 지금의 10만을 가리키는 단위이므로 그가 실제 『백이전』을 읽은 횟수는 11만 3천 번이다. “김득신은 마침내 큰 시인이 되었지.” 최 과장의 눈이 전에 없던 자신감으로 빛났다. “끝이 무디다 보니 구멍을 뚫기 어려운 거지, 한번 뚫기만 하면 크게 뻥 뚫리는 법 아니겠어. 한번 보고 안 것은 남의 것이 되지만 피땀 흘려 얻은 것은 평생 내 것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지.” “최 과장님, 정말…….” 이신우는 말을 잊지 못했다.
인도에 도착하여 숙소에 짐을 푼 사진 클럽 멤버들은 갠지스 강으로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인도의 선승들과 마주치게 되었다. “여기서는 시간이 느리게 가는 느낌이 들어. 서울에서는 하루가 후딱 지나가곤 했는데 말이야.” 최 과장이 디카로 선승의 모습을 찍으며 말했다. “누구에게나 녹록지 않은 게 삶이죠. 모든 괴로움이 마음에서 나온다고 했으니 그 짐을 벗는 일도 자기로부터 시작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신우 대리가 대꾸했다. “선승처럼 말씀하시네. 하하.” “일본의 유명한 선승이 길을 가는데 어떤 사람이 숲에서 나와 다짜고짜 물었다고 합니다. ‘불법은 어디에 있는가?’ 선승이 ‘가슴 속에 있다’고 대답하자 그는 칼을 뽑아 들고 ‘그렇다면 네 가슴을 열어 진짜인지 확인해 봐야겠다’면서 덤볐다는군요. 그러자 선승이 이런 시 한 수를 들려 주었답니다. ‘때가 되면 해마다 피는 벚꽃, 벚나무를 쪼개 보라. 거기에 벚꽃이 있는가?’ 일본 선승들의 일화집 『다섯 줌의 쌀』에 실려 있는 얘기죠.”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일상이 고단하더라도 웃음을 잃지 말라는 겁니다. 이렇게 휴가를 나왔는데 마음에 여유를 갖고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 한 권 읽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요.” 최 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2004년 봄. 이장우 대표는 휴가 후유증에 시달리는 직원들을 위해 메일을 썼다. 마음을 다잡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무조건 정신없이 내달려야 하는 시기가 아니었다.
누구나 목적을 가지고 일합니다. 그러나 만기 적금통장처럼 채워야 할 양이 정해져 있는 목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쉬지 않고 일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그러다 자신이 진정 하고 싶었던 일은 지나간 달력 같은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적게 일하고 많이 일하라』의 저자 어니 젤린스키는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일과 여가에 대한 시각 교정부터 하라고 말합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힌 채 살아가는 닫힌 생각을 여는 것에서부터 행복이 시작된다고 말입니다. 여러분에게 묻겠습니다. “바쁘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대체 무엇 때문에 바쁜가?”
이 대표의 메일을 읽은 직원들은 그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왜 일을 하는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정신없이 바빠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해 매출액은 역대 최고인 261억 원(순익 16억 원)이었다. 이 대표의 독서경영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좋은 것이라고 억지로 떠먹일 순 없어
“이신우?” “정민아? 예전 모습 그대로네. 하하” 10년 만에 만난 두 사람은 반가운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뮤지컬을 함께 보기로 한 이후로 3년이 지나서야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다. “정말 세월 빠르다.” 이신우는 벤치에서 일어나 그녀 앞에 섰다. “너희 회사에서도 책 읽히고 독후감 쓰게 하고 그래?” 정민아가 이신우의 손에 들린 책에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강요하지는 않아. 독서 문화랄까?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지.” “우리는 말도 마, 독후감 쓴답시고 밤늦게 퇴근한 적이 한두 번이 아냐. 아이한테 좋은 음식이라고 억지로 떠먹이는 꼴이나 다름 없으니…….” 두 사람은 근처에 있는 북 카페로 향했다.
“크리스티안 미쿤다의 『제 3의 공간』이라고 들어 봤어?” 이신우가 물었다. “잠깐만.” 정민아가 자신의 다이어리에 책 제목을 메모했다. 이번에 부서에서 독서담당을 맡은 그녀는 다음 달 도서 테마를 미래 트렌드로 잡고 있었다. 이신우를 찾은 것은 독서경영으로 유명한 회사에 다니고 있는 친구로부터 조언을 듣기 위해서였다. “퇴근 시간 사람들은 일터를 나오면서 생각하지. 집으로 갈까? 그러나 마음은 왠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지? 스트레스를 풀거나 허전한 마음을 달래거나, 뭔가 신나는 경험을 하고 싶거나 친구들과 마음 편히 대화를 나누거나 할 만한 장소. 이게 바로 제3의 공간이야. 제3의 공간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 최소한 현재나 가까운 미래의 트렌드 정도는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오케이, 좋아……. 참. 그 책은 뭐야?” “아 이거? 『2010 대한민국 트렌드』란 책이야. 10년 후 우리나라가 어떤 변화를 맞게 될지, 그리고 한국인의 인생은 어떤 양상을 띠게 될지 궁금한 이들에게 미래를 보여 주는 책이지. 이 외에도 『미래 마케팅』, 『What's Next? 2015』, 『가상역사 21세기』 등도 인기를 끌고 있어.” 정민아는 그가 불러 주는 책들의 제목을 부지런히 적어 내려가며 말했다. “장기불황 덕에 미래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어. 미래의 트렌드를 미리 파악해야 비즈니스 기회를 앞서 발견하고 대비할 테니까.” 이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회사가 플래시메모리 제품군에 대한 영업을 강화한 것도 그 때문이야. USB 드라이브 처럼 휴대가 간편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시선을 끄는 대용량 저장장치, 이게 바로 이쪽 분야의 최신 트렌드 아니겠어.”
이신우의 말을 경청하던 정민아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거 너희 회사 제품 아냐?” 그녀가 꺼낸 열쇠고리에 와인 빛이 감도는 새끼 손가락만한 USB드라이브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한국에서 디자인해 출시한 첫 제품이지. 이 USB드라이브 하나에 이메이션의 노력과 꿈, 그리고 미래가 달려 있어.” 정민아가 고개를 들고 이신우를 바라봤다. 이신우는 눈을 빛내며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더 새롭고 인상 깊은 제품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있어. 이들 책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어. 책이 나의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인 셈이지.” 이야기를 마친 그들은 북 카페에서 나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전철역으로 내려갔다. “이신우. 너 다시 봐야겠다. 생각 외로 멋있네.” 정민아가 대견하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독서가 즐거운 회사
“이신우 대리.” 최태호 과장이었다. “예.” “카림 라시드라는 디자이너 알아?” “카림 라시드?” “유명한 산업디자이너라는데, 사장님과 호텔 라운지에서 만나기로 했다는군. 우리도 한번 가 볼까?” 강변도로는 차들로 꽉 막혀 있었다. “왜 이렇게 다들 한꺼번에 기어 나온 거야.” 최 과장이 몸을 뒤틀면서 말했다. 이때 이 대리가 가방 안에서 한 권의 책을 꺼내 들었다. “『스탁』? 혹시 필립 스탁?” 필립 스탁은 안경이나 가구 같은 소품에서 건물 인테리어에 이르기까지 그가 창조해 낸 스탁 스타일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산업디자인의 아이콘이다. 이 대리가 책을 펼쳤다. “스탁이 디자인한 바이오디자인 안경을 예로 들면서 한 말이 있어요. ‘이것은 디자인이 아니라 순수 과학기술이다. 사방으로 유연하게 움직이는 안경다리! 우리는 인간의 쇄골에서 모델을 발견하고 그것을 공학언어로 옮겼다. 바이오디자인은 인간과 물질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찾아내는 데 있다. 나는 기능주의자이지 시인이 아니다.’” “멋진데” “자 이것은 디자이너가 직접 쓴 책입니다.” “『이노베이터』라 김영세?” “레인콤의 아이리버와 삼성 애니콜을 디자인 한 사람이죠.” “아하!” “그는 트렌드를 창조하는 자를 이노베이터라 부르고 공상이 아니라 상상을 하라고 말합니다. 그가 말하는 상상은 ‘사람들이 느끼는 욕구를 재빨리 파악하고 머릿속으로 그 해결책을 그려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대리와 최 과장이 호텔 라운지에 도착한 것은 카림 라시드가 막 떠난 직후였다. 이 대표를 만난 그들은 함께 점심을 먹기로 하고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대리가 밑반찬을 집어먹다 입을 열었다. “저는 요즘 디자인에 관심이 많습니다. 무조건 선진국의 흐름을 따르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독창적인 관점에서 시장전략을 수립하고 접근하는 방식으로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21세기 기업을 위한 디자인 키워드는 크게 세 가지야.” 이 대표는 『디자인 혁명』의 내용을 인용했다. “첫째 시각을 넘어서는 비시각의 장을 향한 이미지 디자인이야. 둘째 단순한 아이디어를 넘어 상상의 장으로 진입할 수 있게 하는 테마 디자인이야. 마지막으로 표현을 넘어 가치 창출을 주도하는 소프트 디자인이야. 소프트 파워가 지배하는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랄까? 새로운 경영자원으로 떠오른 디자인을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볼 때, 한국에서 성공한 디자인들의 경우 124배 매출 효과가 있다고 하지.” “124배라고요?” 최 과장이 입을 쫙 벌렸다. “디자인이야말로 기업의 핵심 역량이네.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혁신의 방법론이자 고객이 요구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주요 수단이기도 하고.” 그들은 식당 앞에서 인사를 나누고 각자 스케줄에 따라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일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온 이신우는 창조룸에 들러 회사의 제품들을 한 가지씩 찬찬히 뜯어보았다. “이신우 과장. 여기 있을 줄 알았네.” 이장우 대표였다. “예?” “미리 밝히긴 곤란하지만 이미 과장으로 내정되었으니 상관없겠지.” “갑자기 무슨…….” 이 대리는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미소를 흘렸다. “요즘 고민은 뭔가?” 이 대표는 이신우가 보고 있던 제품을 내려다보았다. “어떻게 하면 재미의 효과가 발휘되는 회사, 기쁨이 넘치는 회사를 만들 수 있을까? 뭐 이런 것들입니다. 지금 하는 일이 재미없다는 게 아니라……. “알고 있네. 나도 항상 그런 생각을 하니까 말일세. 머리 좋은 자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 즐기는 자를 따라 잡을 수 없다는 말이 있잖은가? 『펀 워크 Fun Work』 읽어 봤나?” “아직…….” 두 사람의 발걸음은 창조룸을 지나치고 있었다.
“‘비즈니스=놀이’ 라고 생각해 봐. 재미는 물론이고 돈과 성취감과 미래라는 산물까지 줄줄이 따라오지 않겠는가? 최근 기업들이 잇따라 도입하고 있는 펀 경영원리도 같은 이치야. 성과제일주의에서 탈피하여 자발적인 에너지로 업무를 주도하자는 얘기지.” “그래도 억지로 해야 할 일이 있을 텐데요.” “연 평균 500만 끼의 식사를 제공하는 하버드 대학 급식사업부 직원들은 규모나 명성에서 최고를 자랑한다네. 이들은 2천 명 이상의 학생이 한꺼번에 식사를 할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그들이 가장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세심하고 치밀하게 준비한다고 해. 음료수 자판기에 자기가 좋아하는 오렌지 소다가 없다고 푸념하는 학생을 위해 그 음료수 두 상자를 학생 방으로 보내고, 뛸 듯이 기뻐하는 학생의 모습을 보면서 고객 서비스의 진짜 재미를 확인했다는 일화도 있어.”
이 대표가 이신우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돌아가면 그 책을 한번 읽어 보게.” “네.” “그런데 자네, 책은 왜 그리 많이 읽는 거지?” “예?” “난 자네가 신입사원일 때부터 지켜봤어. 눈에 띨 정도로 많은 책을 읽어 왔지. 그걸 경영이나 회사 아이디어로 적용하고자 노력하는 것도 잘 알고 있네.” 이신우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이 대표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사장님의 독서습관을 본받고 싶었습니다. 책을 읽고 회사에 적용하면서 문득 제 스스로 발전하는 모습도 느꼈고요.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책 읽는 즐거움 때문이죠.” “독서가 즐겁다.” “네. 책 속에는 항상 길이 있고, 전 단지 그 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니까요.” “싱겁구먼, 이 친구.” 이 대리는 정말로 책 속에 길이 있음을 온 몸으로 체험했다. 그것은 분명 많은 것을 변화시켰고, 또 회사를 성장시켰다. 모든 걸 성과가 말해 주고 있었다. 사무실로 돌아온 이 대리는 동료들의 축하 속에 이장우 대표의 모습을 떠올리며 마음속으로 파이팅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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